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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전체 이용가 177화

움직이는 손의 자리

본문 5,317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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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이솔은 외형과 번호를 직접 확인하고 보관소가 저장 내용을 바꾸지 않은 원통을 인수했다.

다래는 이후 이솔에게서 저장 구획 확인 소식을 받았고, 무진과 다음 휴일에는 손을 잠깐 그린 뒤 함께 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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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의 엄지가 먼저 움직였다. 다래가 선 하나를 고르기도 전이었다. 임시 인계 이백이틀째는 휴일이었고 둘은 정한 회전환의 휴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손을 펴 둔다고 해 놓고 물컵을 조금 안으로 밀었다. 다래는 그림 종이와 실제 손을 번갈아 보다가 웃었다. 물컵을 옮긴 동작이 그림보다 빨랐다.

“가만히 있는 건 생각보다 일이네요.”

“그럼 오늘은 출근 수당이 있습니까?”

그녀는 끝나고 자기가 차를 사겠다고 했다가 웃으며 말을 고쳤다. 오늘 만난다고 이미 정해 둔 차였고 손의 값으로 주려는 것은 아니었다. 무진은 그런 계산이면 손은 무료로 데려왔다고 했다. 둘은 빈 종이를 가운데 놓았다. 아직 손을 그리지 않았는데도 서로의 하루가 종이 쪽으로 조금 기울었다.

탁자는 흔들리지 않았고 물건은 정한 자리에 고정할 수 있었다. 약한 유사 중력이 있어도 연필을 아무렇게나 내려놓으면 굴러갈 수 있었다. 다래는 짧은 연필을 받침에 넣고 파일을 펼쳤다. 처음에는 손을 보려고 했지만 자리를 잡고 보니 소매의 그림자가 더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무진이 어떤 손을 해 주면 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지금 컵을 놓은 손이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손을 내려놓자 손등의 긴 힘줄이 조금 달라졌다. 다래는 뼈 이름을 모른다고 손을 못 그리는 것은 아니라는 모임의 말을 떠올렸다. 오늘 보이는 면 하나를 고르면 됐다. 손가락을 다섯 개 세어 그리기 전에 엄지와 검지 사이의 빈 곳부터 보았다. 기구 고리의 구멍을 보던 눈과 닮았지만, 눈앞의 손은 계속 미세하게 바뀌었다.

무진은 창밖을 보았다. 다래는 그가 조종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려다 멈췄다. 지금 보는 것은 휴게 자리의 탁자에 올려놓은 손이었다. 운항의 책임을 아름다운 손등 하나에 얹으려는 그림을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첫 선을 짧게 그었다. 손가락 끝이 아니라 탁자와 손목 사이의 높이가 먼저 종이에 들어왔다.

그는 종이를 보고 싶어 몸을 기울였다. 손의 모양이 또 바뀌었다. 다래는 잠깐만이라고 말하다가 연필을 놓았다. 그 손을 움직이지 않게 붙잡으면 만나는 시간이 자기 과제에 묶일 것 같았다. 그녀는 한 번만 더 같은 자리를 부탁해도 되는지 물었다. 무진은 해 보겠다고 답하고, 편한 자세에서 손을 놓았다. 처음과 완전히 같은 모양은 아니었다.

“아까보다 새끼손가락이 짧아졌어요.”

그가 내려다보자 그녀는 손가락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보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무진은 실제로 짧아졌으면 오늘 근무를 쉬어야 한다고 했다. 다래는 이미 휴일이라고 답했다. 둘은 웃었다. 웃으면서 손이 흔들렸다. 그녀는 선을 다시 맞추기보다 웃을 때 손목이 탁자에서 잠깐 뜬 모양을 눈에 남겼다.

다래가 가장 오래 본 것은 중간 손가락이 아니었다. 팔의 무게가 닿는 손목 옆이었다. 손을 가볍게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천이 접힌 곳은 탁자에 눌려 있었다. 그녀는 손 전체를 한 번에 그리려던 생각을 접고 그 짧은 경계부터 그었다. 빈 종이는 조금 덜 위협적이 됐다. 큰 손을 잘 그릴 의무 대신 짧은 선을 고를 수 있었다.

무진은 왜 그 자리를 먼저 고르는지 물었다. 다래는 자기가 지금 그쪽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설명이 너무 짧다고 느껴 덧붙였다. 손가락 끝만 잡으면 자꾸 떠 있는 손이 됐다. 무게가 어디 닿는지 알고 싶었다. 그는 그 말이면 알겠다고 답했다. 조종에서 하는 판단과 같다고 정리하지 않았다. 오늘은 그림 이야기를 그대로 들을 수 있었다.

잠깐 지나자 그의 어깨가 움직였다. 다래는 이제 쉬자고 말했다. 무진이 벌써 끝났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한 장을 끝낼 만큼 보지는 않았지만 지금 쉴 만큼은 봤다고 했다. 그가 손을 탁자 아래로 내렸다. 종이에는 손가락 세 개와 손목의 짧은 경계만 있었다. 다래는 나머지가 없다는 이유로 종이를 뒤집지 않았다.

차를 받으러 갈 때는 둘이 같이 일어났다. 무진은 자기가 가져오겠다고 했지만 다래도 잠깐 걷고 싶었다. 탁자에서 보던 손이 이제 컵 받침을 들고 있었다. 같은 손이 다른 일을 하자 손등의 모양도 달랐다. 그녀는 눈으로 따라가다가 무진에게 걸을 때까지 그리는 사람처럼 보이느냐고 물었다. 그는 조금 그렇다고 웃었다.

그녀는 오늘 모델을 맡아 준 시간이 끝났다고 말했다. 지금부터는 그냥 같이 차를 마시고 싶었다. 무진은 아까도 같이 앉아 있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 다래는 맞지만 자기 시선이 자꾸 숙제를 시켰다고 했다. 그는 그런 정도면 괜찮았다고 답했다. 그래도 손을 다시 탁자에 펴 놓지는 않았다. 둘은 컵을 사이에 두고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무진은 어렸을 때 손을 그려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손바닥을 종이에 대고 둘레를 따라 그렸다. 다래도 해 봤다고 했다. 그때는 손이 그림보다 작은 것 같았다고 하자 그가 선이 손 밖으로 나가서 그렇지 않느냐고 답했다. 그녀는 오늘도 비슷하다고 웃었다. 실제 손 바깥에 생긴 선들이 자꾸 손의 크기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는 그럼 오늘도 손을 대고 그리면 빠르겠다고 했다. 다래는 모양은 빨리 얻겠지만 지금 보인 손등은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무진은 손이 여러 개는 아니라고 했다. 그녀는 같은 손이지만 보고 싶은 게 다르다고 말했다. 말하고 나니 조금 쑥스러워졌다. 그가 어떤 뜻인지 재촉하지 않았다. 다래는 컵의 손잡이를 돌려 잡았다.

“당신이 쉬고 있을 때의 손이요.”

그녀가 덧붙였다. 무진은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잠깐 뒤 그는 쉬는 손이면 잘못 그려져도 계속 쉬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래는 그림이 어떻게 나오느냐고 다시 펴 달라고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답했다. 둘은 종이를 함께 봤다. 그 짧은 대화가 선을 더 매끈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세 손가락뿐인 그림은 아까보다 덜 부족해 보였다.

무진은 어느 부분이 제일 자기 손 같은지 물었다. 다래는 아직 자기가 고르기 어렵다고 했다. 그가 종이 끝의 울퉁불퉁한 선을 가리켰다. 자기는 그 부분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실제로 그런 흉터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래 쓰던 장갑의 접힌 곳처럼 보인다는 설명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의도와 다른 답을 듣고 종이를 다시 보았다. 손 대신 장갑이 보일 수도 있었다.

그녀는 그 선을 지우지 않겠다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오늘 마음에 든다고 내일도 그대로 두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신 지금은 자기도 보고 싶다고 답했다. 무진은 그것이면 됐다고 했다. 그가 손가락으로 선을 문지르지 않고 종이 가장자리만 잡았다. 다래는 종이를 보여 줄 수 있는 범위를 말할 때마다 만남이 딱딱해질까 걱정했던 날들을 잠깐 떠올렸다.

지금은 작은 말 뒤에도 차가 식고 사람이 웃었다. 허락을 주고받는 문장만 남는 자리가 아니었다. 무진은 자신의 그릇된 컵 그림을 보여 줄 수도 있다고 했다. 다래가 어디 있느냐고 묻자 그는 아직 그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녀는 그럼 미래 작품을 미리 자랑한 것이냐고 했다. 그가 기획의 규모가 크다며 웃었다. 빈 종이가 둘 사이에서 조금 우스운 물건이 됐다.

그녀는 가져온 종이 한 장을 그에게 건넸다. 그리고 싶으면 써도 되고 가방에 넣어 가도 됐다. 무진은 컵을 앞에 놓았다. 손에 익은 물건이라 쉽겠다고 했다가 첫 선에서 멈췄다. 다래는 말없이 자기 차를 마셨다. 그가 손잡이의 방향을 고민하는 동안 옆에서 답을 맞혀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잠깐 기다릴 수 있었다.

무진의 컵은 위가 넓고 아래가 좁았다. 실제 잔은 그보다 곧았다. 그는 보고 웃으며 급강하하는 잔이라고 했다. 다래는 컵의 운항 상태를 평가하지 말라고 답했다. 그가 처음부터 너무 잘 아는 물건이라고 정했음을 인정했다. 그녀는 자기도 모서리를 옮겨 다니며 본 상자에서 그랬다고 말했다. 둘은 누가 더 잘 그리는지 정하지 않고 각자의 종이를 봤다.

다래는 이제 처음 손 그림 옆에 자기가 컵을 잡은 손을 작게 그었다. 움직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할 상대는 자기 자신이었다. 그래도 그리다 보면 손가락이 연필을 따라 움직였다. 무진이 그렇게 자기한테도 어려운 일을 시켰느냐고 묻자 그녀는 알고 맡겼으면 더 비쌌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무것도 팔지 않는 자리에서 가격 농담은 잠깐 가벼울 수 있었다.

오후의 빛이 탁자 위를 옮겼다. 정거장의 일정에 따라 창의 눈부심을 줄이는 가림이 바뀌었고 두 종이의 그림자도 달라졌다. 다래는 빛이 바뀌기 전의 짧은 선을 끝까지 따라가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은 종이를 덮을 때였다. 무진도 컵에 남은 차를 마셨다. 둘의 외출은 오래 버틴 만큼 성공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는 종이를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 다래는 자기 손 그림도 가져갈 것이었다. 선물을 교환한 것은 아니었지만 서로 그린 것을 실제로 봤다. 무진은 다음에 잔을 조금 더 곧게 그리면 보여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다음에도 급강하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가 그러면 착륙 장치를 그려야겠다고 하자 다래는 그건 잔값보다 비쌀 것이라고 했다.

함께 돌아가는 통로의 갈림 앞에서 둘은 잠깐 서 있었다. 무진은 오늘 자기 손을 그렇게 오래 본 사람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래는 불편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손을 내놓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녀가 무엇을 고르는지 보는 쪽이 더 궁금했다고 답했다. 그녀는 그 답을 그림이 잘됐다는 칭찬으로 줄이지 않았다. 서로가 보는 시간을 함께 보낸 셈이었다.

다래는 고맙다고 말하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무진이 맞잡았다. 이번에는 손가락 사이의 빈 곳을 관찰하려고 내려다보지 않았다. 자기 손이 따뜻해지는 동안 그림의 선은 파일 안에서 가만히 있었다. 종이가 지켜 주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있었다. 그녀는 내일 근무가 끝난 뒤 연락하겠다고 했고 그는 자기 일정도 그때 알리겠다고 답했다.

집에 돌아온 뒤에는 손 그림과 상자 그림을 나란히 놓았다. 상자의 벌어진 틈은 정해진 모양처럼 보였지만 실제 상자는 지금 연필을 담고 있었다. 손 그림은 같은 날에도 더 많은 자세를 놓쳤다. 다래는 놓친 모양을 모두 채우는 대신 오늘 고른 경계를 봤다. 잠깐 쉬고 있던 한 사람의 손목이 종이에 닿아 있었다. 그 장면은 완벽한 외형보다 오래 기억날 것 같았다.

저녁을 먹고 짧은 연필을 상자에 넣었다. 직업의 단말은 열지 않았다. 원통을 받아 간 사람의 저장 확인은 그 사람의 하루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내일 출근하면 받을 수 있는 업무가 있음을 알았다. 지금은 아직 색칠하지 않은 빈 곳을 덮어 두었다. 빈 종이가 모두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접수 건은 아니었다. 몇 장은 그냥 자기가 고른 그림으로 남아도 됐다.

잠들기 전 무진이 자기 잔 그림을 방 책상에 세워 뒀다고 알렸다. 사진은 없었다. 다래는 급강하하지 않게 잘 받쳐 두라고 답했다. 그가 지금은 착륙했다고 했다. 그녀는 웃고 자기 손 그림을 파일에 넣었다. 내일 다른 사람이 보면 장갑 같다고 할 수도 있는 선이었다. 그래도 오늘 그 선의 앞에는 실제로 쉬는 손 하나가 있었고, 그녀는 그 옆에서 함께 쉬었다.

17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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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듣지 않은 사람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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