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dus Libris
한국어

SF 전체 이용가 172화

다른 자리의 모서리

본문 5,257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읽기 설정
글자 크기20px
회차 목록

읽기 설정은 이 기기의 브라우저에 저장해요.

브라우저에서 저장을 허용하면 열어 본 회차를 오프라인에서도 읽을 수 있어요.

오프라인으로 저장한 회차

지난 이야기

다래는 겉옷 한 벌이라고 적힌 인계표와 달리 빈 옷걸이와 수령표만 실제로 받았다는 사실을 분리해 기록했다.

해당 옷이 추가 건조 목록에 연결된다는 답까지 받은 뒤 실제 소재 대조는 다음 교대가 이어받았다.

171화 다시 읽기
기기 음성으로 듣기

기기에 저장된 한국어 음성으로 읽어요. 사용할 수 있는 음성은 기기와 브라우저에 따라 달라요.

기기에 저장된 음성을 찾고 있어요.

상자의 뒤가 생각보다 얇았다. 다래는 그 말을 종이에 적지 않고 의자를 조금 당겼다. 임시 인계 백아흔일곱째는 쉬는 날이었다. 회전환의 그림 모임에서 그녀가 한 첫 일은 물건을 잘 보이는 쪽으로 돌리는 대신 자기가 앉은 위치를 바꾸는 것이었다. 집에서 준비한 앞면은 그대로 탁자 위에 남았다.

진행자는 같은 물건을 옆자리에서 보고 돌아오라고 했다. 사람의 그림부터 평가하는 시간은 아니었다. 참여자는 성인들이었고 가져온 물건도 제각각이었다. 은새 앞에는 구멍 난 작은 고정 띠가 놓여 있었다. 다래는 그 띠가 작업용인지 묻다가, 먼저 봐도 되는지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은새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물건이라고 답했다.

다래의 상자는 축 화물환에서 쓰는 접수 상자가 아니었다. 자기 방의 연필 상자였다. 뚜껑은 한쪽이 조금 들떠 있었고 안은 비어 있었다. 이동 중 열리지 않게 묶었던 띠를 풀고 가방에 따로 넣었다. 정한 탁자 가장자리와 고정 조건을 확인한 뒤 물건을 놓았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도 정거장의 생활 조건은 계속 있었다.

첫 자리에서 상자는 익숙한 직사각형처럼 보였다. 옆으로 가자 뒷면의 짧은 변이 길어지고 앞면의 선은 줄었다. 다래는 어제 집에서 모서리들이 싸운다고 생각했던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한 자리에서 본 선과 다른 자리의 기억을 같은 종이에 넣으려 했다. 눈이 옮겨 가는 동안 물건의 변이 실제로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럼 자리를 하나만 골라야 하나요?”

그녀가 물었다. 진행자는 오늘 한 장에 무엇을 해 보고 싶은지 먼저 정하면 된다고 했다. 한 자리에서 끝까지 볼 수도 있고, 다른 자리에서 본 것을 따로 그릴 수도 있었다. 틀린 답을 줄 세우는 설명은 아니었다. 다래는 두 장을 쓰기로 했다. 자기 시선을 한 줄로 억지로 이어 붙이지 않을 자리가 필요했다.

은새는 자기 띠의 빈 구멍을 그렸다. 다래는 끈의 바깥선보다 구멍이 먼저 종이에 나타나는 것을 봤다. 은새가 종이를 보여 주어도 되는지 물었고 그녀는 좋다고 답했다. 그 구멍을 먼저 그리면 띠가 얼마나 접혔는지 덜 헷갈린다는 설명이었다. 다래는 자기 상자의 바깥 모양만 보던 눈을 잠깐 쉬게 했다.

상자의 뚜껑과 몸통 사이에는 얇고 어두운 틈이 있었다. 앞자리에서는 한 줄이었지만 옆에서는 삼각형에 가까웠다. 다래는 상자 대신 그 틈부터 그려 봤다. 빈 곳의 모양을 고르고 나니 위아래의 두 면이 조금 덜 싸웠다. 그녀는 그림을 맞혔다고 부르지 않았다. 아까보다 무엇을 보는지는 더 분명해졌다.

두 번째 선을 긋다가 뚜껑이 움직였다. 다래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탁자에 팔을 댄 탓이었다. 물건이 달라졌으니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그녀는 진행자에게 지금 열림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틈으로 돌려놓을지, 바뀐 틈을 새로 볼지 고를 수 있다고 했다. 다래는 첫 선 옆에 둘째 선을 남겼다.

은새가 상자를 닫아 고정하면 편하겠다고 말했다. 조언이라기보다 선택지를 하나 꺼내 놓는 말투였다. 다래는 오늘은 벌어진 채 그려 보고 싶다고 답했다. 은새는 좋다고 했다. 조금 불편한 모양을 골랐다는 이유로 모임의 정답에서 벗어난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다래는 자기 눈에 남은 작은 틈을 계속 따라갔다.

주변에서는 연필 소리와 짧은 질문이 섞였다. 한 사람은 손목이 아파 잠깐 쉬었고 다른 사람은 처음 종이를 뒤집었다. 아무도 모든 시간을 계속 그리지 않았다. 다래는 휴식 안내가 나왔을 때 연필을 놓았다. 방금 보이기 시작한 면을 잃을까 잠깐 아쉬웠지만 눈을 쉬고 돌아와도 상자는 거기에 있을 예정이었다.

물 마시는 자리에서 은새가 직업을 물었다. 다래는 분실물 보관소에서 일한다고 짧게 답했다. 은새는 매일 다른 것을 자세히 보겠다고 했다. 그녀는 물건을 읽는 일과 그리는 일이 생각보다 다르다고 말했다. 일에서는 이름을 알아야 할 때가 많았고, 오늘은 이름을 알아도 모서리가 저절로 그려지지 않았다. 둘은 상자가 특히 그렇다고 웃었다.

은새는 자신도 도구를 다루는 일을 하지만 그 도구의 그림은 자주 틀린다고 했다. 손이 아는 모양을 눈이 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다래는 자기도 손잡이가 반대로 간 컵을 그렸다고 했다. 자기 그림의 이야기는 해도 됐다. 손님 물건의 이름이나 그날의 통화는 그 자리로 데려오지 않았다.

그녀는 전날 빈 옷걸이의 답이 왔을까 잠깐 생각했다. 단말에는 보관소 업무를 계속 띄워 두지 않았다. 실제 교대 담당이 고객에게 답할 수 있었고, 새 긴급 상황이 생긴다는 연락도 없었다. 다래는 상자를 남겨 두고 물을 한 번 더 마셨다. 돌아가서 알아도 되는 일과 지금 자기 눈앞에 있는 일이 서로 자리를 빼앗지 않았다.

휴식 뒤에는 다른 참여자의 물건을 멀리서 보고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연습을 했다. 다래는 작은 접시의 아래를 보려고 허리를 숙였다. 상대가 들어 보여 주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지금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만큼만 먼저 보겠다고 했다. 몸을 굽혔다 펴니 접시의 타원이 달라졌다. 모양 하나가 자기 키보다 자리에 더 가까웠다.

“여기서 보면 찌그러져 보이네요.”

다래가 말했다. 접시의 주인은 원래도 조금 찌그러졌다고 답했다. 둘은 웃다가 실제 눌린 곳과 시선 때문에 납작해진 부분을 따로 봤다. 모든 낯선 모양을 관찰자의 실수로 돌릴 수도 없었다. 물건도 제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다래는 접시가 원이라고 먼저 정해 두었던 생각을 내려놨다.

진행자는 지금 자리에서 보이는 윤곽 하나만 골라 보라고 했다. 다래는 말끔한 바깥 곡선 대신 찌그러진 쪽의 짧은 굴곡을 그렸다. 그 작은 선을 잡고 나니 나머지 면을 보는 일이 조금 쉬워졌다. 그녀는 처음부터 예쁜 접시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오늘 제 앞에서 보인 접시를 덜 놓치는 쪽으로 손을 움직일 수 있었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온 뒤 다래는 상자를 다시 봤다. 뚜껑의 틈은 여전히 비스듬했다. 이제는 그 틈을 결함 이름으로만 읽지 않았다. 왼쪽이 더 높게 들려 있다는 실제 모양이 보였다. 그녀는 흰 종이의 한 면을 비워 두고 작은 삼각형부터 그었다. 선의 목적이 분명하니 손을 세게 누르지 않아도 됐다.

끝 무렵 진행자가 원하는 사람만 종이를 놓고 같이 보자고 했다. 다래는 첫 장과 둘째 장 중 어느 것을 낼지 잠깐 망설였다. 둘째가 더 비슷했지만 첫 장에는 자리를 섞어 그린 흔적이 있었다. 그녀는 두 장을 나란히 놓아도 되는지 물었다. 상대가 좋다고 했다. 잘 된 한 장만 자기 것이라고 고를 필요는 없었다.

은새는 상자보다 틈이 더 먼저 보인다고 말했다. 다래는 실제로 틈부터 그렸다고 답했다. 다른 참여자는 뚜껑이 열릴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집에서는 종종 열린다고 웃었다. 그 말들이 작품을 인증하는 점수는 아니었다. 자기가 고른 선을 다른 사람이 자기 눈으로 읽는 경험이었다. 다래는 듣고 싶은 말만 찾지 않고 종이를 한 번 더 봤다.

한 사람이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전체 탁자의 기록을 남기려는 요청이었다. 다래는 자기 두 장은 사진 밖에 두고 싶다고 했다. 상대는 알겠다고 답하고 다른 쪽을 향해 찍었다. 그녀는 사진이 싫은 이유를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원치 않는 범위를 말한 뒤에도 함께 그린 시간은 줄지 않았다.

정리를 하며 은새가 다음에도 오느냐고 물었다. 다래는 일정이 맞으면 오고 싶다고 했다. 오늘 즐거웠다는 말과 다음 참여를 확정하는 말은 다를 수 있었다. 은새도 자기 일정은 아직 모른다고 했다. 둘은 모임의 안내를 각자 보면 되겠다고 이야기했다. 호감을 이어가기 위해 지금 한 달의 시간을 전부 묶지는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상자가 작은 가방 안에서 단단했다. 그림 두 장은 마른 파일에 따로 들어 있었다. 전날 준비한 띠를 다시 묶으니 뚜껑의 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래는 그 모양도 그리고 싶어졌다. 그러나 통로에서 종이를 꺼내지는 않았다. 움직이며 한 손으로 그리는 대신 정한 자리까지 갈 수 있었다.

무진에게 모임은 잘 다녀왔다고 알렸다. 오늘 그림을 바로 보고 싶으냐고 묻지는 않았다. 그가 재미있었느냐고 물었고 그녀는 자리를 바꾸니 상자가 얇아졌다고 답했다. 무진은 상자를 다이어트시킨 것이냐고 했다. 다래는 상자는 아무것도 안 했고 자기가 걸었다고 답했다. 말로 설명하니 아침의 움직임이 다시 우스워졌다.

그는 저녁에 잠깐 통화할 여유가 있다고 했다. 다래도 좋다고 답했다. 만나러 가지 않아도 오늘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녀는 그림을 보내야 하느냐는 생각을 지웠다. 상자를 본 이야기를 먼저 하면 됐다. 오늘 좋아진 선이 어디인지, 여전히 헷갈린 면이 무엇인지 자기 말로 말할 수 있었다.

방에서는 가방을 내려놓고 식사부터 준비했다. 상자는 원래 연필을 담는 자리에 돌아갔다. 비워 둔 내용물을 넣으니 그림에서 보던 뚜껑 틈이 조금 달라졌다. 다래는 오늘 그림이 벌써 낡은 정보가 됐다고 웃었다. 그림은 그때 본 물건의 모양이었고, 상자는 지금 다시 쓰이는 물건이었다. 둘이 같은 상태로 멈춰 있을 필요는 없었다.

통화에서 무진은 그럼 그림 속 상자는 영원히 비어 있느냐고 물었다. 다래는 오늘 그린 면의 안쪽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비어 있다고 들었으니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녀는 맞지만 보이는 것과 들은 것이 다르다고 말했다. 둘은 일 얘기처럼 되었다며 웃었다.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이번 상자가 정말 그녀의 것이어서였다.

다래는 나중에 보여 주고 싶은 그림이 하나 생겼다고 말했다. 무진은 나중에 보면 된다고 답했다. 오늘 바로 보내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녀도 그때는 마음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이지 않았다. 아직 결정하지 않은 모든 미래를 미리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보여 주고 싶어진 현재의 기쁨만 말해도 충분했다.

통화를 마친 뒤 그녀는 첫 장의 겹친 모서리를 손으로 가리지 않았다. 둘째 장보다 서툴러도 오늘 옮겨 다닌 자리가 거기에 남았다. 다래는 두 장을 함께 파일에 넣었다. 같은 물건을 그렸다고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의 오류 보고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림이 늘어나면서 자기 서랍도 조금 덜 엄격해졌다.

내일 출근하면 빈 옷걸이와 겉옷의 실제 답을 읽어야 했다. 다래는 지금 단말을 열어 교대에 끼어들지 않았다. 오늘의 비어 있는 시간에는 다른 사람의 확인을 기다리는 일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자리를 바꿔 앉고 선을 고르고, 사진 밖에 둘 종이를 고른 동작도 있었다. 그녀가 직접 보낸 하루였다.

불을 끄기 전 상자의 뚜껑을 한 번 닫았다. 여전히 조금 떴다. 다래는 고치겠다는 계획을 새로 세우지 않았다. 연필은 빠지지 않았고 상자는 지금 제 일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물건을 다른 모양으로 만들지 않고도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얇은 틈을 남긴 뚜껑에서 손을 떼고, 자기 방의 불을 껐다.

172화 끝

이 회차 공유하기

다음 화 · 173화

옷이 있던 쪽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