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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전체 이용가 166화

보이지 않는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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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다래는 공동 주방의 현재 기록과 승인을 받아 식사 통을 윤선에게 넘겼고, 저녁에는 빌린 안통이 실제 주방으로 돌아갔다는 확인을 연결했다.

그녀는 다음 날 회전환의 생활 그림 모임에 혼자 참여하기로 신청하고 자기 컵을 가져갈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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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래가 가져간 컵의 손잡이를 모두 오른쪽에 그리자 담당이 왜 그렇게 골랐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잠깐 컵을 봤다. 손잡이는 왼쪽에 있었다. 집에서 쓰던 방향을 기억하고 그린 것이었다. 옆자리의 사람이 자기 그림을 가렸다가 웃었다. 그 사람의 컵에는 손잡이가 두 개 있었다.

임시 인계 백아흔하루째 오후, 회전환 식당 옆 생활 모임이었다. 다래는 근무를 넘기고 자기 시간에 왔다. 탁자에 연필과 종이가 놓였고 각자 가져온 물건이 있었다. 미세중력 화물환의 작업대와 달리 컵은 탁자에 놓였다. 그래도 팔꿈치로 치면 굴러가거나 떨어질 수 있어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옮겼다.

담당은 잘 그린 그림을 고르는 자리는 아니라고 했다. 다래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안심했다가 자기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인 것을 알았다. 마음이 너무 빨리 반듯해지지는 않았다. 그녀는 손잡이 하나를 지우고 지금 보이는 쪽에 작게 그렸다. 컵은 실물보다 납작해졌다.

옆자리의 성인은 은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자기 방에서 기르는 식물의 빈 받침을 가져왔다고 했다. 식물은 이동시키지 않고 받침만 왔다. 다래는 그러면 식물은 집에 혼자 있느냐고 물었다가 둘 다 웃었다. 물을 줄 사람이 없는 날까지 뜻하는 말은 아니었다. 은새는 오늘 물을 주고 나왔다고 했다.

은새의 종이에는 손잡이가 두 개인 컵 대신 둥근 받침이 그려졌다. 처음에는 다래의 컵을 같이 보고 연습한 것이었다. 그녀는 남의 컵을 그려도 되느냐고 미리 물었고 다래는 좋다고 답했다. 서로 같은 물건을 봐도 종이에 생기는 모양은 달랐다. 다래는 그 차이를 틀린 접수로 읽지 않아도 됐다.

담당이 눈높이를 조금 낮춰 보라고 했다. 다래가 몸을 숙이자 컵 안쪽의 바닥이 덜 보였다. 탁자의 위치와 자기 의자 높이가 그림에 들어오는 줄은 생각보다 분명했다. 그녀는 지금 안 보이는 바닥을 예전에 봤다는 이유로 채워 넣고 있었다. 컵이 깊어진 원인 하나가 손앞에서 풀렸다.

“그럼 실제 깊이를 모른 척해야 하나요?”

“모르는 척 말고, 지금 보이는 것부터 그려 보세요.”

다래는 그 차이를 소리 없이 따라 했다. 물건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것과 지금 자기 자리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 아는 것은 달랐다. 일을 할 때는 두 질문을 모두 받아야 했다. 오늘 종이에서는 먼저 볼 질문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그녀는 컵의 테두리를 타원으로 그렸다. 처음에는 너무 동그랬고 다음에는 길쭉해졌다. 종이를 돌려 놓으면 나아질 것 같았으나 실제 컵도 같이 돌아가지는 않았다. 다래는 종이를 원래대로 놓고 컵을 봤다. 은새가 옆에서 자기 받침은 자꾸 문이 된다고 말했다. 둘은 서로의 문과 납작한 컵을 잠깐 구경했다.

모임에서 주는 작은 종이는 한 장으로 끝나지 않았다. 더 쓸 수 있는 종이가 옆에 있었고 담당이 알려 줬다. 다래는 두 번째 종이를 받아 첫 그림을 덮지 않게 놓았다. 처음 모양이 없어진 다음에야 두 번째 모양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두 장이 탁자 위에서 조금씩 다른 컵이 됐다.

은새는 그림을 배우면 물건을 오래 보게 된다고 말했다. 다래는 자기는 오래 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데도 손잡이를 반대로 그렸다고 했다. 상대가 어떤 일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분실물 보관소에서 물건을 받는다고 답했다. 특정 접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자기 직업의 이름만으로도 지금 대화는 이어졌다.

“그럼 그림 속에서 잃어버린 손잡이도 찾으시겠네요.”

“그건 아직 접수할 사람이 없어요.”

은새가 웃었다. 다래는 종이 바깥에 손잡이 하나를 따로 그렸다. 컵에 붙이지 않고 두니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 은새는 작은 문 같다고 했다. 오늘 그녀 앞의 모든 둥근 물건은 문이 될 수도 있었다. 다래는 그 설명이 조금 부러웠다.

탁자의 물건을 서로 다른 자리에서 보는 순서가 있었다. 담당이 컵을 가져가 돌리는 대신 사람들이 정한 통로를 따라 자리를 바꿨다. 다래는 자기 가방을 발에 걸리지 않게 챙겼다. 맞은편 의자에 앉자 손잡이가 컵 뒤로 숨었다. 한 면을 보고 같은 물건인지 판단하는 일이 갑자기 조금 낯설어졌다.

은새는 지금은 그림에서 손잡이를 빼도 되느냐고 물었다. 담당은 자기 눈에 안 보이는 면을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다래는 이번에는 손잡이가 없는 컵을 그렸다. 자기 컵인데도 다른 물건 같았다. 그래도 탁자 위의 실물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두 그림의 아래에 자리 방향만 작게 적었다.

그 숫자와 말은 누가 잘 그렸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기록은 아니었다. 나중에 자기가 무엇을 보려고 했는지 떠올리는 데 쓰고 싶었다. 다래는 손잡이를 놓친 첫 그림에도 처음 앉은 자리라고 썼다. 틀렸다는 큰 표시는 달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다른 것을 기억하며 그렸다는 사실을 알면 됐다.

중간 쉬는 시간에는 실제 컵을 사용했다. 다래는 물을 받아 마시고 제자리에 놓았다. 컵 바깥에 물기가 남아 종이가 젖을 것 같아 천을 펼쳤다. 은새는 자기 받침이 오늘 처음 쓸모가 생겼다고 농담했다. 다래는 식물한테는 매일 쓸모가 있었을 거라고 답했다. 상대가 그렇겠네요, 하며 받침을 다시 봤다.

그 말을 하니 자기도 웃음이 났다. 쓰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물건이 쉬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공기 계통은 사람의 컵 뒤에서도 계속 일했다. 그러나 오늘 컵의 그림에 장치 전체를 그릴 필요는 없었다. 다래는 배경으로 보이는 탁자 선 하나만 보탰다. 작은 범위를 골라도 물건의 바깥 세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후반에는 그림 하나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다. 다래는 가장 비슷한 것을 고를까 하다가 손잡이가 두 번 그려진 첫 장을 들었다. 자기 기억이 먼저 그렸다는 설명을 했다. 은새는 물건을 잘 아는 사람이 더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다래는 그 말이 정답인지 모르지만 오늘 자기에게는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담당은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첫 장은 그냥 두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장에서는 보이는 테두리를 먼저 고르고 싶었다. 그 말대로 연필을 움직이니 컵의 폭이 처음보다 덜 넓어졌다. 완성품이라고 부를 마음은 아직 없었지만, 자기가 선택한 동작과 생긴 선의 차이는 볼 수 있었다.

은새는 받침 안에 식물의 그림자를 넣었다. 실제 식물은 집에 있었으므로 기억으로 그린 그림자라고 설명했다. 다래는 지금 보이는 것만 그리는 연습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가 자기 목소리가 너무 업무처럼 들려 웃었다. 담당은 오늘의 작은 연습과 나중에 그리고 싶은 것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은새는 받침의 빈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평소에는 그곳을 식물 아래의 보이지 않는 자리로만 생각했다고 했다. 오늘은 그 빈 곳 때문에 테두리가 보였다. 다래도 자기 컵의 빈 안쪽을 봤다. 무언가를 더 그려 넣는 대신 남겨 두어야 보이는 모양이 있었다.

다래는 공책의 손 그림이 떠올랐다. 무진이 움직인 다음 남은 선과 처음의 손을 함께 뒀다. 한순간의 사진처럼 보일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오늘 새로 배운 방법으로 어제 그림을 잘못된 것으로 만들지 않기로 했다. 기억으로 그리는 손도 지금 보이는 컵도 자기에게는 필요한 다른 시도였다.

끝날 때 담당은 서로의 그림을 따로 촬영하거나 공유하려면 그 사람에게 물어 달라고 했다. 공동 전시를 위해 자동으로 모아 가는 자리는 아니었다. 다래는 자기 종이 세 장을 챙겼다. 은새는 첫 그림을 다시 봐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지금 탁자에서 잠깐 보는 것은 좋다고 답했다.

은새는 손잡이를 잃어버렸다 찾은 컵이라고 말했다. 다래는 처음 손잡이는 없어진 것이 아니라 반대편에 잘못 왔다고 고쳤다. 상대가 그러면 길을 잃은 손잡이라고 했다. 그녀는 그쯤이면 좋겠다고 웃었다. 자기 그림에 남의 말 하나가 붙었다. 그 말을 받아들이는 일은 그림의 소유권을 나누는 절차와 달랐다.

다음 모임의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다래는 다음에도 꼭 오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늘 참여하고 돌아간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의자를 정한 자리에 놓고 자기 컵의 남은 물을 처리했다. 천은 조금 젖었으므로 종이와 다른 쪽에 넣었다. 그림을 담는 작은 가방에도 물건별로 놓을 자리가 필요했다.

회전환의 통로에서 무진을 만났다. 마침 같은 구간을 지나게 됐고 정한 쉼 자리에 잠깐 섰다. 그는 오늘 손이 아니라 컵을 빌렸느냐고 물었다. 다래는 자기 컵도 자기에게 모르는 면이 있었다고 답했다. 상대가 손잡이는 붙어 있느냐고 해서 그녀는 가방 안을 가리켰다. 실물은 무사히 남아 있었다.

그림을 보고 싶으냐고 그녀가 먼저 물었다. 무진은 좋다고 했다. 다래는 세 장 중 앞의 두 장만 폈다. 그가 어느 쪽이 진짜 컵이냐고 묻지 않고 먼저 그리던 곳이 바뀌었느냐고 했다. 그녀는 맞은편으로 갔다고 답했다. 오늘 그림을 자세히 보던 사람이 자기 앞에도 있었다.

무진은 손잡이 없는 그림이 더 조용해 보인다고 했다. 다래는 컵이 하는 말이 있었냐고 물었다. 그가 지금은 그림 이야기라고 답했다. 그녀는 웃었다. 자꾸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들으려던 자기 질문도 함께 들렸다. 때로는 조용하다는 말에 잠깐 앉아 있어도 됐다. 컵이 실제 음성을 냈다는 기록은 누구도 만들지 않았다.

그는 함께 식사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다래도 방에 가서 쉬려던 길이었다. 둘은 짧게 손을 잡고 각자 갈 곳으로 갔다. 모임 이야기를 다 옮기지는 않았다. 보여 주지 않은 세 번째 그림에는 상대의 자리가 남아 있어도 괜찮았다. 가까운 사람에게 하루를 전부 제출할 필요는 없었다.

방에서 종이를 펼치자 컵의 모양이 모임에서 볼 때보다 또 달라 보였다. 책상 높이가 달랐고 다래가 앉은 자세도 달랐다. 그녀는 오늘 배운 것을 곧바로 다시 시험하려다가 컵에 물을 채웠다. 연습이 재미있었다고 남은 저녁까지 다 쓰고 싶지는 않았다. 손가락을 펴고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기구 문의나 이름표의 답은 근무 때 이어받을 일이었다. 오늘 모임에 갔다는 이유로 쉬는 시간에 접수 화면을 열지 않았다. 어제 빌린 안통이 실제 관리자로 돌아간 답은 이미 연결돼 있었다. 그 작은 끝을 다시 붙들지 않아도 자기 컵은 여기 있었다. 다래는 종이 세 장을 마른 곳에 겹쳐 놓았다.

맨 위에는 손잡이가 반대에 있던 그림을 뒀다. 오늘 가장 잘 그린 장은 아닐지도 몰랐다. 그러나 자신이 무엇을 이미 안다고 생각했는지 가장 먼저 보여 준 장이었다. 다래는 그 선을 보고 잠깐 웃은 뒤 공책을 덮었다. 보이지 않는 바닥을 다 채우지 않아도, 컵 하나를 끝까지 볼 수 있는 저녁이었다.

16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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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어 놓지 않은 두 장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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