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속 의자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아도 기울어 있었다.
임시 인계 백서른일곱째 아침, 다래는 저녁에 가져갈 그림을 가방 안쪽에 넣었다. 둘이 그린 저녁과 혼자 먹은 그릇이었다. 오늘도 근무가 먼저 있었다. 그녀는 종이를 챙겼다는 이유로 출근길을 산책처럼 늘리지 않았다. 반환 창구에는 정한 시각에 도착했다.
공동 선반의 표 두 장은 이미 해성이 정한 담당에게 돌아가 있었다. 오늘 다래가 도울 일은 표와 사용 위치의 관련 대조였다. 제동 확인을 마친 선반이 정한 사용 구획에 놓였고, 적재와 배치의 최종 확인은 해당 관리 담당이 받는 중이었다. 다래는 빈 선반의 앞에서 실제 손잡이와 발을 보았다.
표를 달기 쉬운 곳은 바깥 손잡이였다. 그러나 고리가 아래로 처지면 제동 발을 밟는 면에 닿았다. 다래는 잘 읽히니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다. 사용 담당이 빈 표와 짧은 시험 끈으로 위치를 잡았다. 지금 물건을 조작하는 손이 아니라 보고 기다리는 손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은 표를 위에 달자고 했고 다른 사람은 접을 때 안으로 들어간다고 답했다. 다래는 둘 다 실제로 보여 달라고 했다. 관리 담당이 허용된 접기 범위에서 정지시키자 표의 모서리가 날개 안쪽에 가려졌다. 펼쳐 둔 때만 잘 보이는 위치였다. 다래는 어제의 두 문의자가 왜 다른 높이를 기억했는지 다시 알 것 같았다.
결국 정한 고정 면의 옆에 표를 두기로 했다. 손잡이와 제동 발을 가리지 않았고 접은 상태에서도 구별할 수 있었다. 표 자체를 물건의 안전 설명 대신 쓰지는 않았다. 관리 담당은 현재 사용 조건을 별도 안내로 받았고 실제 인수에서 되받았다. 다래는 두 줄 표 하나가 모든 말을 맡지 않아도 되는 곳에 놓인 것을 보았다.
해성의 경로가 인수를 확인했다. 개인 물건을 찾던 두 문의자에게도 공용 표가 공동 선반으로 돌아갔다는 관련 답이 갔다. 선반을 쓰는 사람들이 물건을 받은 뒤 무엇을 올릴지는 정한 사용 범위 안에서 고를 일이었다. 다래는 자기 선호대로 칸을 나누는 제안을 하지 않았다. 오늘 반환에서 맡은 손을 놓을 수 있었다.
소담이 남은 이름표 다섯 장을 정한 보관에 넣었다. 다음 사람의 반환은 아직 약속된 시각이 없었다. 다래는 받을 사람이 정해지지 않은 표를 빨리 없애야 하는 적체처럼 보지 않았다. 필요한 인수 경로가 남아 있었고 오늘 마칠 일은 마쳤다. 빈 받침을 닦자 가벼운 먼지가 천에 묻었다.
“잘 보이는 곳에 둘수록 방해가 되는 물건도 있네요.”
소담이 말했다. 다래는 자기 말도 가끔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그런 고백은 접수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녀는 다행이라고 웃었다. 오늘 저녁에는 누군가의 그림에 정답을 붙이는 말을 조금 줄여 보고 싶었다. 그 생각은 업무 개선안보다 자기 약속에 가까웠다.
근무를 마친 뒤 무진을 회전환의 공용 휴식 자리에서 만났다. 둘은 가까운 식당에서 먼저 식사하고, 그 공간의 허용된 개인 작업 자리로 옮기기로 했다. 현재 빈 자리를 함께 확인했다. 무진은 창에서 먼 쪽을 가리켰다. 반사가 덜해서 종이를 보기 좋겠다는 이유였다.
다래는 오늘은 창보다 종이가 더 밝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의자 다리가 잘 보이면 너무 밝을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둘은 자기 음식을 골랐다. 이번 국은 지난번보다 덜 뜨거웠다. 다래는 그러면 상대 얼굴을 볼 핑계가 사라졌다고 했다. 무진이 핑계 없이 보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된다고 답하고 그를 봤다.
무진은 오늘 오래 앉을 수 있지만 나중에 몸이 불편해지면 먼저 말하겠다고 했다. 다래도 그렇다고 답했다. 서로의 피로를 표정으로 시험하려 들지 않아도 됐다. 그녀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그림을 꺼내지 않았다. 남아 있는 음식과 물이 종이의 첫 독자가 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가 자기 그릇을 정리하자 다래가 빈 잔을 모았다. 각자 자기 몫을 계산하고 정한 작업 자리로 옮겼다. 작은 탁자 위에는 음식이 없었다. 다래는 마른 면을 손으로 만져 보고 그림을 꺼냈다. 무진도 자기 수첩을 폈다. 오늘 종이 위에 나온 것은 의자 하나와 그릇 셋, 잔 두 개와 삐뚤한 네모였다.
“우리 집을 그린 것 같지는 않네요.”
다래가 말했다. 무진은 의자가 자꾸 무너져서 집까지 맡기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자기가 잘못 기억했다고 생각한 다리 부분을 짚었다. 다래는 실제 의자를 보고 그린 것은 아니니 같은 모양으로 만들 의무는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가 그렇지만 앉을 수 있는 것처럼은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종이 밖에 있는 자기 의자를 봤다. 탁자에 가려진 뒷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자기는 다리가 네 개 있다고 생각하며 종이에 전부 그리려 했다. 다래는 그 발견을 말하고 빈 종이에 앞쪽 두 선부터 그었다. 선은 여전히 기울었지만 이번에는 겹치는 자리가 조금 달랐다.
무진이 자기 눈높이에서는 탁자의 아랫면도 덜 보인다고 했다. 다래는 서로 자리를 바꾸어 잠깐 봐도 되는지 물었다. 그는 좋다고 답했다. 둘은 물건을 먼저 정리하고 의자를 바꿔 앉았다. 같은 탁자가 다른 모양으로 보였다. 다래는 수첩 속 의자에 어떤 선이 빠졌는지보다 그가 어디에서 봤는지가 먼저 궁금해졌다.
그가 지난번 앉은 쪽은 여기보다 벽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다래는 그러면 오늘 눈으로 어제 의자를 판정하기도 어렵겠다고 했다. 무진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림을 못 그렸다는 이야기를 그만해도 될 이유가 생겼다. 그녀는 의자 옆 작은 잔 둘이 여전히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무진은 다래가 혼자 그린 그릇을 오래 봤다. 그가 이것은 언제 먹은 저녁이냐고 물었다. 다래는 사흘 전 혼자 숙소에서 먹은 것이라고 답했다. 특별한 음식이 있던 건 아니고 한 그릇이 자리에 놓인 게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둘이 함께하지 않은 시간도 그에게 보여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새로웠다.
“제가 없는 그림도 보여 주셔서 좋아요.”
무진이 말했다. 다래는 자기는 사람을 잘 못 그려서 대부분 그가 없다고 답했다. 그가 웃고, 그런 뜻은 아니라고 했다. 그녀도 안다고 말했다. 농담을 먼저 한 것은 그 말이 생각보다 따뜻해서였다. 다래는 웃음이 가라앉은 뒤 고맙다고 한 번 더 말했다.
무진은 자기 혼자 보낸 시간은 그림보다 수첩의 빈 면에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다래는 그 빈 면도 그가 채우고 싶을 때 채우면 된다고 답했다. 말을 하고 나니 또 빈칸을 편집하는 사람처럼 들릴까 싶었다. 그는 지금 빈 그대로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다래는 알겠다고 하고 그 면을 잠깐 함께 봤다.
그녀는 상대가 침묵하면 자꾸 다음 질문을 찾아내려는 자기 손을 느꼈다. 펜 끝이 빈 종이 위에서 움직이려 했다. 다래는 펜을 내려놓았다. 탁자 옆에 그가 놓아 둔 손이 있었다. 손을 그려도 되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오늘 그 손을 잡고 싶은지는 물어볼 수 있었다.
무진은 좋다고 했다. 다래가 자기 손을 내밀자 그가 가까운 쪽 손으로 잡았다. 종이를 끼우지 않도록 둘이 조금 몸을 옮겼다. 그의 손가락이 오늘은 조금 차갑다고 다래가 말했다. 무진은 물통을 오래 잡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녀는 온도를 마음에 관한 설명으로 바꾸지 않고 자기 손을 가만히 뒀다.
잠깐 뒤 그가 다래를 더 자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주가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가 웃었다. 접수 빈도를 정하려는 질문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무진은 지금 주기를 고르자는 뜻은 아니고, 만나지 못하는 날에도 그 마음은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녀는 자기도 그렇다고 답했다.
다래는 그가 지난번 얼굴을 그리는 것을 거절한 일도 여전히 편한지 물었다. 무진은 그렇다고 했다. 지금은 함께 그리는 게 좋지만 자기 얼굴을 남기는 일은 아직 고르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답에 실망한 표정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실제로 실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말해 준 범위 안에서도 새로운 것이 충분히 생겼다.
그녀는 종이에 둘의 손을 그리는 대신 탁자 가장자리에 닿은 소매 두 개를 그렸다. 이것은 괜찮은지 묻자 무진이 보겠다고 했다. 사람보다 천이 더 잘 그려진 것 같다고 그가 말했다. 다래는 아직 천에게 허락을 못 받았다고 했다. 그가 웃자 그녀도 웃었다. 농담은 그가 정한 거절을 밀어붙이는 구실이 되지 않았다.
둘은 그 종이를 사진으로 남겨도 되는지 서로 확인했다. 이번에도 그림만 정한 면에 놓고 각자 개인적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옆 사람이나 공간의 다른 이용자는 화면에 넣지 않았다. 원래 종이는 오늘 무진이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다래는 좋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그림이 매번 같은 책상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정리할 시간이 되었을 때 무진이 먼저 몸을 조금 펴고 싶다고 말했다. 다래도 허리가 굳은 것 같았다. 둘은 자기 종이와 도구를 챙기고 탁자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았다. 빈 자리에는 다음 사람의 물건이 놓일 수 있었다. 다래는 자기 컵을 두고 가지 않았는지 확인한 뒤 일어났다.
통행이 비켜 있는 가까운 곳에서 무진이 잠깐 멈췄다. 오늘 입맞추고 싶다고 그가 말했다. 다래는 좋다고 답하고 자기 가방이 사이에 걸리지 않게 옆으로 옮겼다. 지난번보다 누가 먼저 움직이는지 덜 고민했다. 그래도 서두르지 않았다. 짧게 입맞춘 뒤 그녀는 이번에도 웃음이 났다.
그가 왜 웃느냐고 물었다. 다래는 자기 종이보다 실제 사람이 훨씬 가까워서라고 했다. 무진은 그럼 그림을 더 잘 그릴 필요가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건 별개라고 답했다. 둘은 다시 웃었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은 일과 조금 더 잘하고 싶은 일이 같은 저녁에 있었다.
갈림길에서 각자 돌아갔다. 다래는 자기 숙소에 와서 두 그림을 넣었던 보호 안을 정리했다. 한 장이 무진에게 가서 안쪽이 조금 얇아졌다. 비어 보였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기 집에 도착한 뒤 소매 둘을 책상 옆에 두었다고 답했다. 다래는 다음에는 손을 안 잡고도 같은 소매를 그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무진은 그때는 그때 보고 고르자고 했다. 다래는 좋다고 답했다. 다음을 말하면서 오늘을 급히 접어 넣지 않아도 됐다. 그녀는 혼자 그린 그릇을 자기 책상에 다시 놓았다. 그릇 하나와 둘의 저녁이 나란히 있을 때 어느 쪽도 다른 쪽의 실패처럼 보이지 않았다.
다음 근무에는 이름표 묶음의 다섯 장 중 한 장을 받으려는 성인 당사자가 올 예정이었다. 그는 표의 이름은 맞지만 그 표가 붙었던 개인 보관통의 뚜껑이 다른 것 같다고 문의했다. 표만 돌려주면 끝날 줄 알았던 물건에 닫히는 면의 질문이 붙었다. 다래는 내일 실제 보관통을 정한 인수 자리에서 볼 준비를 했다. 글씨가 맞는 것과 물건이 맞는 것은 다시 다른 확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