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은 그림 대신 접힌 냅킨을 보고 있었다.
임시 인계 백스물이틀째 늦은 저녁, 다래는 약속한 식당에 들어가 그를 찾았다. 창가 자리가 아니었고 탁자의 한쪽이 벽에 붙어 있었다. 그는 다래를 보자 냅킨에서 손을 떼고 자리에서 조금 몸을 돌렸다.
“접시를 보며 웃는 사람을 찾기로 했는데.”
그가 말했다. “아직 접시가 안 왔습니다.”
다래는 그럼 얼굴로 알아봐야겠다고 답했다. 무진이 웃었다. 그녀는 자기 가방을 정한 안쪽에 놓고 앉았다. 두 사람의 그림은 각자의 숙소에 있었다. 오늘은 종이를 어디에 놓을지부터 고르지 않아도 됐다.
식당은 회전 거주환의 평범한 안쪽 자리였다. 창이 없는 대신 의자에 등을 기댈 수 있었다. 무진은 지난번 공용 그림 탁자보다 등이 편한지 물었다. 다래는 그렇고 이번에는 의자 다리를 그리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 오늘 의자 다리가 안심하겠다고 했다. 그녀는 네가 그 말을 듣고 웃었으니 그림이 없어도 서로 알아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따뜻한 물이 먼저 나왔다. 다래는 실제 잔을 받는 손의 힘을 조금 풀었다.
둘은 서로 먹을 것을 골랐다. 무진이 오늘 향이 강한 것은 덜 먹고 싶다고 말했다. 다래는 자기는 조금 다른 맛을 골라 보고 싶다고 했다. 같은 음식을 시켜야 대화가 쉬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두 주문은 나란히 들어갔다.
기다리는 동안 그는 자기 다음 근무가 조금 이르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금 만남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식사 뒤 오래 걷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래는 잘 알겠다고 답했다. 그 말이 생각보다 빨리 입에서 나왔다.
마음 한쪽은 이미 더 긴 길을 그려 놓았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잔의 표면을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손잡이를 돌렸다. 무진이 표정이 바뀌었는지 물었다. 다래는 잠깐 아쉽지만 오늘 같이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둘 다 사실이었다. 그가 미안하다고만 답하면 그녀가 곧 괜찮다고 수습해야 할 것 같았다. 무진은 먼저 말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자기 몸이 피곤해진 뒤 갑자기 끝내자고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래는 그럼 오늘 걸을 길을 식탁에서 줄이면 되겠다고 말했다. 무진이 그 말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따로 많이 걷지 않고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을 조금 더 해도 되겠느냐고 했다. 그는 그러고 싶다고 답했다.
그녀는 오늘 일을 전부 설명하지 않았다. 작은 도구 하나가 제자리로 돌아갔고 자신은 실제 인수를 받았다고만 말했다. 고객의 개인 옷이나 이름을 꺼내지 않아도 하루의 느낌을 전할 수 있었다. 무진은 어떤 기분으로 끝났는지 물었다.
다래는 누군가의 급한 사정이 그 사람의 잘못처럼 붙지 않게 끝나서 좋았다고 답했다. 그는 자기 일에도 시간이 없다는 말이 변명으로 들릴까 망설일 때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은 만나는 앞에서 시간을 먼저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조금 전의 자기 아쉬움이 다른 모양으로 보였다. 그가 짧게 있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라, 지금 가능한 시간을 실제로 골라 온 것이었다. 다래는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 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음식이 나왔다. 그녀가 고른 것은 작은 콩빵과 따뜻한 채소 접시였다. 무진의 접시에는 짧게 익힌 곡물과 다른 반찬이 있었다. 다래는 자기 접시가 그림보다 훨씬 둥글다고 말했다.
무진은 한쪽이 조금 찌그러졌다고 가리켰다. 접시가 아니라 빵이었다. 그녀는 그 정도는 먹으면 해결된다고 답했다. 그는 훌륭한 수선법이라고 했다. 그녀는 그 말은 도구 대여 안내에는 넣지 않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웃었다. 빵의 가장자리는 예상보다 부드러웠다. 다래가 작은 몫을 바꿔 먹고 싶은지 묻자 무진은 조금이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자기 먹을 수 있는 범위를 말했고 그녀는 그 답만큼 나눴다.
탁자가 조금 흔들렸다. 옆 사람이 일어나며 의자를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다래는 잔을 가볍게 잡았고 무진은 자기 접시를 안쪽으로 들였다. 아무것도 쏟아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상대의 손을 교정하지 않고 자기 물건을 챙겼다.
다래는 요즘 물건을 놓을 때 끝까지 보고 있는 자신이 가끔 우습다고 말했다. 무진은 그게 일 때문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일도 있지만, 예전에 손에서 놓쳤던 것들이 자꾸 생각나서인 것 같다고 답했다. 모든 사연을 그 식탁에 올리지는 않았다.
그는 가끔은 제대로 놓은 것도 계속 보고 있느냐고 물었다. 다래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오늘도 퇴근길에 업무 수납대를 한 번 더 보러 갈 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인수받은 사람이 있어 돌아갔다고 했다.
무진은 돌아간 뒤 편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조금 불안했으나 저녁은 먹었다고 답했다. 그는 그 정도부터일 수 있겠다고 했다. 당장 모든 불안을 없애 주겠다는 약속이 아니어서 다래는 그 말을 오래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도 그런 것이 있는지 물었다. 무진은 정한 확인을 끝낸 뒤 남은 시간에 조건을 하나 더 상상하게 되는 날이 있다고 했다. 돌아오는 연료와 사람을 생각하다 보면 쉬는 자리에도 숫자가 따라올 때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래는 그러면 지금 숫자가 몇 개나 있느냐고 물었다. 그가 잠깐 웃었다. 내일 시작할 시각 하나와 지금 남은 음식이 있다고 답했다. 그녀는 그 숫자 사이에 자기 접시도 들어가느냐고 했다.
“그건 셀 물건이 아니라 같이 보는 쪽입니다.”
무진이 답했다. 다래는 자기 얼굴이 조금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대답을 쉽게 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아까 냅킨 앞에서는 말을 여러 번 골랐다고 했다.
그 말에 그녀는 탁자 위의 냅킨을 다시 봤다. 접힌 자국이 둘 있었다. 무진이 그걸 보여 주며 증거로 낼 생각은 없다고 농담했다. 다래는 그럼 오늘은 보고도 기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다래는 남은 채소를 먹었다. 처음에는 향이 낯설었는데 따뜻한 빵과 같이 먹으니 좋았다. 그녀는 다음에도 꼭 이걸 고르겠다고 말하려다 오늘은 맛있었다고만 했다. 내일의 입맛까지 미리 약속할 필요는 없었다. 무진은 지금 웃었으니 접시를 보고 알아본 셈이라고 말했다.
둘은 식사를 천천히 이어갔다. 말을 잘 골랐다는 점수는 없었고 잠깐 말이 끊겨도 누구도 실패를 알리지 않았다. 식당의 다른 소리는 자기 속도로 흘렀다. 다래는 그림을 그릴 때보다 그를 오래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무진이 물을 마신 뒤 잔을 놓는 작은 습관을 봤다. 손잡이를 자기 쪽으로 조금 돌렸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다음에 잡기 편해서라고 했다. 다래는 자기 것도 그렇게 해 보고, 자기 팔에는 다른 각도가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 자기 잔은 자기가 돌리면 되겠다고 했다. 같은 일을 좋아해도 같은 방향으로 놓을 필요는 없었다. 다래는 두 잔이 다른 쪽을 향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오늘은 그것을 그려 남기지 않았다.
음식을 마칠 무렵 무진의 개인 단말에 알림이 왔다. 그는 화면의 종류를 보고 지금 답해야 하는 내용이 아니라고 했다. 다래는 궁금했지만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가 화면을 덮고 그녀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다래는 자신의 단말도 꺼냈다. 오늘 근무 인수의 새 안내는 이미 담당이 받은 일반 상태였다. 긴급 호출이 아니었다. 그녀는 정해진 경로에서 자기 차례에 볼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한 뒤 가방 안에 넣었다. 저녁을 끝낼 이유가 늘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무진이 무엇을 더 이야기하고 싶은지 물었다. 다래는 가끔은 그림이나 일이 없어도 만날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질문을 지금처럼 실제로 만나서 하니 조금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 이미 그런 날이라고 답했다. 다래는 그렇지만 자기가 빈손으로 오면 재미없는 사람일까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 무진은 그녀가 오늘 빵의 찌그러진 부분을 먼저 먹은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것도 아무 도구 없이 들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녀는 그걸 소재로 삼으면 자기가 너무 쉽게 즐거워진다고 했다. 그는 쉽게 즐거워지는 것이 싫으냐고 물었다. 다래는 아니라고 답했다. 잠깐 생각한 뒤, 너와 있을 때 그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에게도 오늘의 식사가 좋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뒤 그녀는 다음 질문을 서두르지 않았다. 만남의 이름이나 정한 약속을 더 크게 만들어야 현재 마음이 진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계산은 실제 고른 몫대로 나눴다. 무진이 오늘은 자기가 더 먹었다고 하자 다래는 그 사실은 접시도 알겠다고 했다. 그는 접시가 말을 하면 우리가 곤란하겠다고 답했다. 그녀는 손님 이야기까지 할 테니 조용히 두자고 했다.
식당을 나온 뒤 둘은 가까운 넓은 길에서 잠깐 섰다. 무진의 돌아갈 길을 길게 늘리지 않는 곳이었다. 다래는 손을 잡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좋고, 오늘은 서서 짧게면 편하겠다고 답했다.
둘은 자기 가방을 편히 든 손을 보고 서로 맞는 쪽을 골랐다. 보관소의 고정 띠처럼 단단히 잡을 필요는 없었다. 다래는 그의 손의 따뜻함을 느꼈고 조금 웃었다. 무진이 무엇이 좋으냐고 물었다.
“그림 없이도 알아보네요.”
그녀가 답했다. 그가 그건 이미 식당에서 했다고 말했다. 다래는 한 번 더 알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둘은 잠깐 손을 잡고 같은 방향의 불빛을 봤다.
무진이 이제 돌아가 쉬고 싶다고 말했다. 다래는 아쉬운 마음을 느끼면서도 그렇다고 답했다. 그 마음을 숨기려고 손을 갑자기 먼저 떼지는 않았다. 둘은 서로 손을 놓고 자기 가방을 다시 잡았다.
갈림길에서 그는 다음에도 이렇게 짧게 먹어도 좋은지 물었다. 다래는 좋고, 때로는 조금 더 길게 있고 싶으면 그때 다시 묻겠다고 했다. 그가 자기도 그러겠다고 답했다. 다음 날짜는 아직 없었다.
각자의 숙소에 도착한 실제 답은 그날 저녁에 오갔다. 무진은 내일 일찍 시작하기 전에 쉬겠다고 했고 다래는 잘 쉬라고 답했다. 더 말을 붙여야 오늘의 따뜻함이 유지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도 단말을 내려놓았다.
책상 위에는 길이가 다른 의자 그림이 있었다. 다래는 그 종이를 보고 손을 뻗었다가 그냥 뒀다. 오늘은 새 그림이 없는 날이었다. 그렇다고 어제와 같은 하루가 된 것은 아니었다.
다음 근무의 일반 인수에는 은정의 현재 고정 관리가 끝났다는 답과, 공용 운반함의 반납 문의가 하나 있었다. 물건은 정한 자리에 왔는데 등록된 빈 질량과 현재 계측이 달랐다는 내용이었다. 다래는 그 줄을 읽고 실제 물건과 같은 기준의 수부터 보겠다고 답했다. 남는 질량은 익숙한 말이었지만, 오늘의 상자 안에 과거의 정답을 미리 넣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