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흔이틀째 아침, 이준은 물컵을 두 손으로 들었다. 전날 잠자리에 든 뒤 실제로 지난 수면을 미서와 맞췄다. 백아흔하루째 스물세 시 이십일 분의 한 건, 다음 수면 사십 분은 이번 잠에서 상환됐다. 돌려받은 잠은 아니었다.
어깨의 무거움은 남아 있었다. 그는 윤단에게 그 상태와 상환을 함께 말했다. 반장은 오후의 앉아서 하는 열람만 남기고 현장 확인은 자기가 받겠다고 했다. 이준은 그 말에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부르라는 문장을 보태지 않았다.
센터에서 온 첫 경과는 아침 문 확인이었다. 시설 담당이 현재 문 작동과 주변 통로에 새 이상이 없다고 했고 당직은 밤의 접근 기록을 다음 교대에 넘겼다. 오늘 반납이 끝났다는 답은 아직 아니었다. 이준은 밥을 먹으며 그 말을 끝까지 읽었다.
전화기를 내려놓자 탁자 위 종이가 보였다. 큰 문과 작은 사람을 그린 그림이었다. 전날 밤 꺼내지 못한 탓에 모서리가 가방에 눌렸다. 그는 손으로 펴고 컵을 옆으로 옮겼다. 자기 종이의 구김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 고장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아침을 먹은 뒤 잠깐 소파에 기대 앉았다. 잠의 빚을 갚았으니 곧바로 예전의 몸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하면 어깨가 더 굳었다. 그는 현재 무거운 곳을 느끼고 물을 더 마셨다. 오늘 시간을 비워 둔 것은 대가를 지운 척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출근길에는 버스를 한 대 보냈다. 정류장으로 달려가면 탈 수 있었지만 뛰고 싶지 않았다. 다음 차를 기다리는 동안 건너편 빵집의 문이 열렸다. 어제의 그물 같은 금은 보이지 않는 낮이었다. 눈앞에서 사람이 문을 잡아 주는 정도면 지금 볼 수 있는 장면으로 충분했다.
태오는 센터 입구에서 그를 기다리지 않았다. 이준이 도착하자 현재 사본을 자기 책상에서 꺼냈다. 열람 시각은 늦춰져 있었고 보관 담당도 그 배정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자료가 준비됐다는 기쁨으로 복도를 빨리 걷지 않았다.
윤단은 자재실의 새 경과를 전했다. 오전에 물품 반납 한 건이 있었고 닫힌 창구 조건에서 현재 직원이 표까지 마쳤다는 책임자의 보고였다. 직접 본 사람의 이름도 함께 왔다. 이준은 자기 눈으로 한 건 더 봤다고 세지 않았다.
“그럼 오늘은 안 가도 되네요.”
그가 말하자 반장은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답했다. 새 물건이나 다른 조건이 오면 그때 담당이 범위를 판단했다. 잠정 봉합 한 번이 매일 같은 사람을 출근시키는 부름표가 되지는 않았다. 이준은 자기 물병을 가방에 넣었다.
자료 보관실에는 어제 못 봤던 후속표가 책상 위에 있었다. 원본은 담당이 다뤘고 이준과 태오는 정한 자리에 앉았다. 이준은 뒤쪽 의자에 등받이가 있는지 먼저 봤다. 종이 한 장의 답을 얻으려 몸을 앞으로 오래 접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담당이 앞뒤 면을 보여 줬다. 번호의 연결은 사본보다 또렷했다. 회수 대기 표에 적힌 수레 받침 한 벌이 후속 반납표의 품목과 이어졌다. 이준은 번호뿐 아니라 수량과 분류가 함께 맞는지 읽었다. 그 세 가지는 현재 종이에서 같았다.
반납표에는 반환 날짜가 있었다. 그 날짜는 오래된 회수 대기 메모 뒤였고, 담당의 서명도 남아 있었다. 물건이 돌아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돌아온 기록이 다른 묶음에 남은 것이었다. 이준은 그 말을 소리 내 읽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빈칸을 오래 보고 있으면 그 안에 사람 이름을 넣고 싶어질 때가 있었다. 누군가 숨겼다거나 누군가 잃어버렸다고. 그는 종이를 더 가까이 끌어당기지 않고 등받이에 몸을 붙였다. 오늘 원본은 그보다 작고 분명한 일을 말하고 있었다. 물건 하나가 그날 실제로 돌아왔다.
태오는 표 아래의 상태 칸을 읽었다. 사용 제외 후 보관이라는 짧은 문장이 있었다. 돌아온 물건이 다시 대여할 수 있는 상태였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준은 현재 자재실에서 따로 두었던 선반을 떠올렸다. 지금 본 실물 위치와 과거 상태 기록이 여기서 연결됐다.
“회수 대기는 떼도, 사용 제외는 남는 거네요.”
“현재 상태를 보는 담당이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보관 담당의 답은 정중했다. 과거 문장을 지우고 쓸 수 있다고 적을 수는 없었다. 이준은 그 뜻을 받았다. 자기 역할도 오래된 꼬리표를 신나게 떼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 알게 된 반환 사실을 현재 담당에게 정확히 돌려주는 사람이었다.
태오는 허락받은 사본의 범위를 맞췄다. 원본은 보관실에 남았다. 오래된 회수 대기 장과 후속표가 서로를 찾을 수 있도록 연결 위치를 남기되, 원래 날짜와 글씨는 그대로 뒀다. 이준은 종이 두 장 사이의 빈 길 하나가 짧아지는 것을 봤다.
후속표 뒷면에는 작은 글씨가 더 있었다. 함께 왔던 개인 고무 덮개는 반환자에게 돌려줬다는 메모였다. 이준은 센터 물품 목록에 없던 이유가 거기 있었다는 것을 읽었다. 모든 물건이 하나의 대여 번호 아래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 개인 덮개가 지금 어디 있는지 묻지 않았다. 반납 당시 돌려줬다는 범위를 넘어 오늘의 사유물 행방까지 찾을 권한은 없었다. 태오도 그 항목을 센터 재고 부족으로 옮기지 않았다. 돌아온 날짜 옆에는 돌아갈 주인이 다른 물건도 있었다.
이준은 손목을 천천히 돌렸다. 흰 선이 소매 아래에서 잠깐 보였다. 오늘 원본을 읽는 데 그것의 힘은 필요하지 않았다. 담당이 장을 찾고 태오가 연결을 따라갔으며 자재실 직원이 실물을 꺼냈다. 한 손으로는 못 읽었을 날짜였다.
열람을 마치고 복도에 나오자 그는 잠깐 쉬고 가겠다고 말했다. 태오는 음료를 사 오겠다고 했다가 무엇을 마실지 물었다. 이준은 물이면 된다고 답했다. 친구는 그것은 자기도 가진 자산이라고 하더니 가방에서 병을 꺼냈다.
“오늘 제일 빨리 찾은 물건이네.”
그가 말하자 태오는 번호판이 필요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둘은 복도 벤치에 앉았다. 이준은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리고 한동안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종이의 끝을 봤다는 기쁨이 몸의 쉬는 끝까지 앞당기지는 않았다.
태오는 이준이 뭔가 더 큰 일을 찾을 줄 알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잠깐 생각했다. 찾으면 오늘 대단한 걸 한 사람이 될 것 같았던 적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재 돌아온 물건을 계속 실종품처럼 남겨 두는 일도 누군가의 하루를 헛돌게 했다.
친구는 큰 일의 크기를 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준은 오늘은 받침 한 벌 크기라고 답했다. 둘 다 웃었다. 원본을 한 장 더 읽었다는 이유로 옛 공사 전체의 진상을 새로 정리할 필요는 없었다. 오늘 얻은 날짜를 그만한 자리에 놓을 수 있었다.
센터에 돌아와 윤단에게 실제 읽은 범위를 전했다. 반환 날짜와 사용 제외 후 보관, 현재 번호판 확인이 서로 맞았다. 자재실 책임자는 그 자료를 받아 회수 대기 꼬리표를 어떻게 정리할지 현재 담당과 맞추겠다고 했다. 이준이 현장에 다시 가서 떼지는 않았다.
오후 늦게 사진 한 장이 왔다. 오래된 꼬리표는 보관 경과와 함께 정리됐고 현재 선반의 안내는 사용 제외 상태를 남겼다. 이준은 사진만으로 물건의 기능이 바뀐 것으로 읽지 않았다. 오늘 고친 것은 그 물건에 붙어 있던 현재 설명이었다.
자료가 끝나자 뜻밖에 빈 시간이 생겼다. 그는 그 시간에 다른 민원 목록을 열려고 손을 뻗었다. 윤단이 자기 퇴근 시각을 가리켰다. 이준은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늘 자기에게 배정된 일이 끝났다는 뜻을 조금 늦게 알아들었다.
미서는 새 접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줬다. 전날의 한 건은 실제 수면으로 상환됐고 오늘 사용은 영 건이었다. 그는 그 사실을 받아 집에 일찍 가겠다고 말했다. 야간조 기록에 자기 이름이 있어도 매일 밤을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태오에게는 그림 모임에 혼자 가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친구는 대신 연락해 줄까 묻지 않았다. 처음 오는 사람의 안내를 다시 보내 줄 수 있다고만 했다. 이준은 주소와 입실 시각이 있는 그 메시지를 자기 일정표 옆에 넣었다.
그는 아직 그림을 무엇으로 가져갈지 정하지 않았다. 의자가 없는 바닥과 기울어진 의자, 너무 큰 문이 각각 있었다. 모두 가져가면 종이가 자기를 대신해 말을 많이 할 것 같았다. 한 장만 가져가도 그 한 장을 끝까지 설명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었다.
퇴근길에는 효선에게 들렀다. 그녀는 세탁이 끝난 작업복을 접어 건넸다. 이준은 맡긴 옷 수와 맞는지 보고 받았다. 효선은 오늘은 네 옷을 찾으러 온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드디어 자기 번호라고 답했다.
선재는 안쪽 의자에 앉아 단추를 고르고 있었다. 이준이 인사하자 그는 같은 빛에서도 단추 색이 조금씩 달라 보인다고 말했다. 이준은 자기 문 그림의 크기도 그렇다고 답하려다가 그냥 옆에 앉아 보았다. 갈색 단추 둘은 실제로 달랐다.
선재가 어느 쪽이 맞는지 물었다. 이준은 옷에 대 봐야 알겠다고 했다. 효선이 웃으며 자기 일감을 빼앗지 말라고 했다. 그는 고른다는 말 하나로 남의 손이 맡은 일을 다 아는 척할 수 없음을 다시 느꼈다. 이번에는 편하게 물러날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옷을 걸고 밥을 데웠다. 가방에서 업무 사본은 꺼내지 않았다. 원본은 보관실, 사본은 센터, 작업복은 자기 옷걸이에 있었다. 서로 다른 자리가 모두 자기 방 안에 있어야만 안심할 수 있는 날은 조금 줄어들었다.
밥을 먹은 뒤 그림 두 장을 나란히 놓았다. 이준은 큰 문이 있는 쪽을 골랐다. 잘 그려서가 아니라 오늘 자기 눈이 그쪽에 오래 머물렀다. 문 안의 작은 사람은 밖으로 나오는 중인지 들어가는 중인지 여전히 모호했다.
그는 사람의 발을 고치려다가 연필을 내려놨다. 모임에서 누군가 물으면 자기도 아직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었다. 모른다는 답이 자기 일의 실패로만 들리지는 않았다. 실제 시설의 위험을 묻는 질문과 자기 그림을 묻는 질문은 같은 책임을 요구하지 않았다.
밤이 깊기 전에 모임 담당에게 참석 방법을 직접 확인했다. 그는 처음 간다는 말과 중간에 나갈 수 있는지의 질문을 자기 문장으로 보냈다. 안내 답이 왔고, 그는 그 범위 안에서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태오의 이름을 자기 허락처럼 내밀지는 않았다.
그림을 넣으려고 봉투를 찾다가 접힌 작은 문 종이가 하나 더 나왔다. 손잡이가 바깥에만 붙었던 첫 그림이었다. 이준은 두 장을 번갈아 봤다. 큰 문으로 다시 그렸는데도 손잡이는 여전히 어딘가 어색했다. 그는 그 종이도 버리지 않고 상자에 남겼다.
잠들기 전 내일 일정이 도착했다. 새로운 업무가 아니라 모임의 준비물 안내였다. 자기가 쓰고 싶은 도구 하나를 가져오면 됐고, 남에게 보여 줄 그림은 없어도 된다고 했다. 이준은 봉투에 넣었던 종이를 다시 내려다봤다. 빈손으로 가도 되는 자리에 무엇을 들고 갈지, 이번에는 자기 손으로 고를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