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은 남의 일터로 갈 종이를 자기 가게 안에서 세 번 접었다.
백마흔여덟째 아침이었다. 장운과 맞춘 짧은 시간은 늦은 오전이었고, 견습이 맡은 것은 읽기용 안내를 서로 어떻게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나무의 하중을 가르치거나 물건을 검사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품의 값도 그 범위로 정했다.
수현은 작업장까지 같이 갈 생각이냐는 질문에 오늘은 가게에 있겠다고 답했다. 길에서 귀를 피할 곳을 찾는 데 힘을 더 쓰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조일이 혼자 찾아갈 수 없는 곳도 아니었다. 장운은 마른 평지의 입구와 앉을 자리를 미리 알려 줬다.
견습은 자기 혼자 하면 백가 이름을 아예 빼도 되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지금 가게에서 맡아 연결한 일이라는 사실은 남겨야 한다고 답했다. 그 안에서 말하는 사람은 조일이었다. 두 이름 중 하나를 없애야 자기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조일이 나간 뒤 문가에는 오늘 접수 가능한 때만 세워 두었다. 수현은 받침의 뒷면을 봤다. 빈 면이었다. 견습이 없을 때 자기 이름을 그 위에 덧쓰고 싶어졌지만 하지 않았다. 자기가 새 감정을 받는 창구로 오해될 까닭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오전의 손님 하나는 문가에서 돌아섰다. 수현은 그 발소리를 듣고 불러들이지 않았다. 누구를 찾는지 묻기도 전에 그가 자기 삶에 필요한 손님이라고 여길 수는 없었다. 잠시 뒤 다른 성인이 와 현재 문의 시각을 읽고 갔다. 가게는 그만큼 조용했다.
그는 안쪽에서 개인 편지를 마저 썼다. 백쉰째 날 늦은 낮에 가까운 밥집의 안쪽 자리가 가능한지 윤초와 맞추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둘 다 오래 걷지 않을 곳을 찾기로 했다. 아직 가게 주인에게 빈자리와 소리를 물을 일이 남아 있었다.
수현은 장소를 골라야 한다는 작은 일이 이상하게 어려웠다. 조용하다는 말도 누구에게는 충분하고 누구에게는 모자랐다. 큰 그릇을 내려놓는 자리 옆인지, 창을 닫아도 답답하지 않은지 직접 물어야 했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점심 전 장운의 짧은 전갈이 왔다. 조일이 도착했고 정한 자리가 시작됐다는 말이었다.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없었다. 수현은 그 담백한 답이 편했다. 견습의 하루를 다 받아 보는 눈이 되어야만 가게를 지키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물을 마시며 전날 상자의 도착 답을 다시 봤다. 실제 운반인은 자기 도착을 맡았고 조일은 읽는 일을 끝냈다. 장운은 자기 판을 내주지 않았다. 모두 한 번의 일에 들어 있었지만 같은 책임은 아니었다. 그 구분을 늦게라도 읽은 덕에 누군가의 허리가 덜 무거웠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낮이 조금 지난 뒤 견습이 돌아왔다. 보자기는 아침과 같은 크기였는데 매듭이 달랐다. 조일은 들어오며 물부터 마셔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잔을 가리켰다. 잘했느냐는 첫 질문을 잠깐 뒤로 뒀다.
견습은 물 두 모금을 마시고 웃었다. 장운의 작업장 탁자가 생각보다 좁았다고 했다. 큰 널판이 올라오지 않은 날인데도 자와 끈과 못통이 놓여 있었다. 종이를 다 펴 놓으면 일하던 사람이 손을 둘 면이 없었다. 가게에서 고른 크기를 그대로 가져간 첫 실수였다.
수현은 새 종이를 잘랐느냐고 물었다. 조일은 허락 없이 남의 안내를 고치지는 않았다고 했다. 장운이 시험용 빈 종이를 줘서 접는 곳을 바꿨다. 사람 둘이 같은 면을 보려면 종이가 길어질수록 서로 어깨가 붙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했다.
“목공은 물건을 작게 만드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요.”
견습이 말했다. “자기 자리는 저보다 더 많이 쓰더라고요.”
수현은 자를 펴려면 팔이 나갈 곳이 필요하겠다고 답했다. 조일은 그렇다고 했다. 빈 면처럼 보이던 탁자의 끝은 실제로는 나무를 돌리는 길이었다. 그 위에 읽기 종이를 계속 놓아 두면 장운이 매번 치워야 했다.
그 자리에 있던 성인 견습은 종이를 벽에 걸면 어떠냐고 물었다고 했다. 장운은 손에 나무를 든 채 벽을 읽으러 돌아서지 말자고 답했다. 조일은 그 말을 듣고 자기 첫 제안이 나무를 움직이는 순서까지 바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종이만 들고 온 자기도 작업장 안에서는 물건의 하나였다.
수현은 그의 말을 듣다가 웃었다. 조일은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견습이 처음 가게에 왔을 때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한다며 안쪽에 붙여 두었던 일이 떠올랐다고 답했다. 조일은 지금도 가끔 그런다고 말했다. 수현은 그 말을 피하지 않고 알겠다고 했다.
오늘은 조일도 자기 종이를 너무 가운데 놓았다. 견습은 그게 조금 억울했다가, 남의 탁자에 가 보니 자기 가게에서는 수현이 얼마나 몸을 비키는지 처음 봤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동안 자기가 불편했던 일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수현은 두 말이 함께 있어도 된다고 답했다.
그들은 의자를 옮기지 않고 잠깐 서로를 봤다. 조일은 자기가 배우고 온 이야기를 전부 수현의 옛 잘못을 설명하는 데 쓰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수현은 그럼 나머지를 들려 달라고 말했다. 견습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장운은 두 사람에게 같은 말을 따로 읽어 보게 했다고 했다. ‘다 쓴 판은 뒤로.’ 성인 견습은 대패질을 마친 판을 떠올렸고, 장운은 그날 더 쓰지 않을 자투리판을 떠올렸다. 조일은 원래 문장의 어느 글자가 틀렸는지 찾으려다가 손을 멈췄다.
그는 둘에게 실제로 무엇을 옮길 때 쓰는 말인지 물었다. 판은 바닥에서 들지 않았다. 장운이 작은 빈 나무 조각으로 순서를 설명했고 성인 견습은 자기가 일을 마친 위치를 손으로 가리켰다. 같은 ‘다’가 각자 다른 끝을 가리키고 있었다.
수현은 그 질문 뒤에 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물었다. 조일은 둘 다 웃었다고 했다. 그러나 웃은 것으로 끝내지 않고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판인지 장운이 실제 자재 구간을 짚어 정했다고 덧붙였다. 안내의 최종 판단을 자기가 한 것은 아니었다.
작업장은 문장을 둘로 갈랐다. 오늘 더 쓰지 않을 자투리판을 모으는 자리와, 다음 손질을 기다리는 판의 자리를 따로 이름 붙였다. 실제 적재와 이동은 장운이 맡았다. 조일은 읽을 말을 함께 고르고 두 사람이 자기 말로 답하는 순서를 붙였다.
“가르친 게 아니라 제가 더 많이 물었어요.”
견습이 말했다. 수현은 그래서 품을 적게 받았느냐고 물었다. 조일은 아니라고 했다. 정한 일을 했고 장운이 실제 지급한 값도 받았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가르친 몫을 더 갖는 것은 아니라는 대답에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견습은 받은 돈을 꺼내 장부에 넣었다. 이동에 쓴 것과 가게에서 정한 몫, 자기 기록 보조값을 나눴다. 어제 상자의 밤값을 메우는 돈으로 돌리지 않았다. 새 일이 끝났다고 지난 요청이 취소된 것도 아니고, 그 요청을 아직 자기 빚으로 인정한 것도 아니었다.
수현은 그 줄을 확인한 뒤 장부를 덮었다. 견습은 더 볼 것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오늘 실제 들어온 돈은 읽었고 아직 견습의 배고픔을 못 들었다고 답했다. 조일은 그건 아까부터 크게 말하고 있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남은 밥을 데우러 갔다.
식탁에서 조일은 장운의 성인 견습이 쉬는 날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기록 연습을 한다고 답하려다가 강가에 앉아 아무것도 안 볼 때도 있다고 말했다. 상대는 그 자리가 그늘이 있느냐고 물었다. 조일은 오늘은 품의 값을 정한 일 말고도 질문을 하나 받았다고 했다.
수현은 그 그늘을 자기도 알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견습은 쉬는 날 자기 자리를 빼앗을 생각이냐고 웃었다. 그는 아니라고 답했다. 개인 약속에 쓸 조용한 길을 고르는 중이라고 했다. 조일은 장소를 알려 줬지만 지금도 마른지는 직접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현은 견습에게 그 길을 대신 확인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자기 만남을 위해 가게의 사람을 심부름시키고 싶지 않았다. 밥집에 현재 자리를 묻는 일은 가까운 길을 다니는 기존 전달 경로에서 따로 값을 정해 물을 수 있었다. 그는 필요한 질문만 짧게 썼다.
오후에 윤초의 답이 왔다. 백쉰째 늦은 낮이 가능하고 두 사람 몸이 허락하는 만큼 앉아 있자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밥집이 시끄러우면 먹을 것을 사 각자 가져가도 되는 만남인지 물었다. 수현은 그 문장을 보고 웃었다. 꼭 한 그릇을 끝내야 만난 것으로 세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 방식도 좋다고 답했다. 함께 밥을 먹고 싶다는 뜻은 여전히 남겼다. 갈 수 없을까 봐 먼저 없애 놓은 약속과, 못 갈 때 고를 길을 열어 둔 약속은 달랐다. 오늘은 후자를 골랐다는 것을 자기 마음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조일은 자기 접수 받침으로 돌아갔다. 남의 탁자에서 배운 대로 한 장을 조금 비스듬히 세워 보았다. 그런데 문밖에서 보면 빛이 종이 한쪽에만 닿았다. 견습은 다시 원래 방향으로 돌렸다. 남의 일터에서 맞았던 모양을 통째로 가져오지는 않았다.
수현은 그 모습을 보며 손을 쉬었다. 손끝에서 짧은 떨림이 왔고 귀는 바깥 수레 소리를 아직 견디기 어려웠다. 그는 안쪽 문을 닫겠다고 말했다. 조일은 자기 접수 시간의 끝을 보고 마지막 손님에게 어디까지 가능한지 먼저 물었다. 둘의 하루가 다른 속도로 움직였다.
해질 무렵 장운의 성인 견습이 가게 앞에 섰다. 오늘 배운 안내를 더 써 달라고 온 것은 아니었다. 조일이 말한 강가 그늘은 저녁에도 앉을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고 했다. 견습은 지금 접수는 끝났다고 말했다가 웃었다. 그건 자기가 따로 답해도 될 질문이었다.
두 사람은 문앞 평지에서 잠깐 이야기했다. 수현은 안쪽에서 그 웃음을 들었다. 가게의 다음 손님도, 자기에게 보고할 결과도 아니었다. 조일이 자기 이름으로 다른 일터를 다녀온 뒤 자기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수현은 등잔의 심지를 조금 낮췄다.
수현은 그 짧은 만남을 보고 자기 편지를 다시 접었다. 남을 만나는 일은 가게 문을 닫아야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누가 말을 걸든 일을 받아야 하는 문으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조일은 지금 자기 쉬는 시간의 문턱을 고르고 있었다.
그는 견습이 돌아오면 오늘 못한 일을 더 맡기려던 생각을 접었다. 내일 읽어도 되는 글이었다. 남의 탁자를 다녀온 날에는 자기 자리에서 숨을 고를 시간도 있어야 했다. 안쪽 물잔에 남은 빛이 차츰 짧아졌다.
그때 나루에서 온 전달자가 현재 도착 목록의 사본을 내려놓았다. 상자는 분명 도착했으나, 출발 쪽 이름이 두 번 적혀 도착 창고가 대금을 어느 줄에 맞출지 묻는다고 했다. 조일은 밖의 사람에게 잠깐 내일 보자고 말한 뒤 돌아왔다. 오늘 배운 ‘다 썼다’는 말이 다시 다른 끝을 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