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다리는 끝내 종이에 그려지지 않았다.
사건 아흔다섯째 아침, 수현은 채석의 그림을 등받이 없는 의자 앞에 놓았다. 둥근 윗판 아래 비스듬한 선이 셋 있었다. 조일은 밤새 보니 다리 하나가 뒤에 숨었을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수현도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없는 선을 먼저 그려 보내면 숨은 것이 아니라 생겨난 것이 됐다.
그는 그림을 오래 붙들지 않았다. 오늘 맡을 일부터 정해야 했다. 접수 하나를 더 넣으면 조일의 다음 보조와 자신의 쉬는 구간이 겹쳤다. 먼 곳에서 답을 기다린다고 가까운 손님에게 약속한 반환을 늦출 수는 없었다. 수현은 다음 이틀 중 한 구간만 비워 두었다.
정밀 감정이 아니라 허락된 그림을 읽고 빠진 질문을 적는 일이었다. 현지 바닥이나 받침의 내구를 보증하지 않았고, 새 함을 설계하는 값도 아니었다. 한 번 읽은 뒤 더 필요한 것이 생기면 별도로 물을 수 있었다. 채석에게 보낼 답은 그 네 줄을 넘지 않았다.
조일이 값표를 읽더니 자기 기록 보조가 들어 있느냐고 물었다. 들어 있었다. 다만 견습이 혼자 답을 써 보내는 몫은 아니었다. 그는 적어도 다리 개수는 셀 수 있다고 불평했다. 수현은 그렇다면 자기가 지금 모르는 개수가 무엇인지 먼저 적어 달라고 했다.
견습은 셋이라고 썼다가 멈췄다. 그림에 보이는 것은 셋이었다. 실제 받침에 있는 다리는 아직 답을 받지 않았다. 조일은 붓을 들고 수현을 보더니 이런 식이면 모든 숫자가 길어진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오늘은 꼭 필요한 숫자만 묻자고 답했다.
그림에는 물건을 쓰는 쪽도 없었다. 둘은 사람의 발이 놓일 자리를 빈 동그라미로 남겼다. 함이 올라가는 윗판만 보고는 누가 뒤에서 손을 뻗는지 알 수 없었다. 수현은 무엇을 올리고 얼마나 오래 놓는지, 다음에는 누가 가져가는지 물었다. 세 다리의 비밀보다 먼저 사람의 하루가 필요했다.
답은 그날 기존 전달에 넘겼다. 아직 새 값을 받았다고 장부를 닫지는 않았다. 채석이 범위와 대가를 읽고 고를 순서가 남았다. 수현은 자기가 일을 수락하고 싶다는 마음을 상대의 수락으로 고쳐 적지 않았다. 조일도 빈 접수칸에 미리 물건 이름을 넣지 않았다. 그는 자기 다음 보조 시간을 접수표 옆에 놓았다. 그림을 볼 수 있는 구간은 가게의 기존 접수 종료와 정한 보조 시간 안에 있었다. 수현은 그 두 줄을 확인한 뒤에야 봉투를 접었다. 빈 시간을 고른다는 말이 가까운 약속을 지우지는 않았다.
그 뒤의 오전에는 허담이 가게 앞에서 작은 쇠띠를 꺼냈다. 자기가 쓸 나무통의 테였다. 수현에게 정밀 감정을 부탁하러 온 것은 아니었다. 허담은 새 보조 일정을 가져왔다며, 통 하나가 새는 것보다 사람이 시간을 새는 것이 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현은 웃다가 귀가 당겨 말을 멈췄다. 허담이 쇠띠를 천 위로 내려놓자 소리가 줄었다. 누군가 이미 아는 한도를 길게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두 사람은 다음 가능한 겉치수 확인 한 구간을 맞추고 정밀 감정을 돌아올 일처럼 적지 않았다.
“빈칸을 다 채우면 장사가 잘되는 줄 알았지.”
허담이 말했다. 수현은 예전에는 자기도 그랬다고 답했다. 그가 빈칸을 더 보려 하자 장인은 자기 일정에도 남길 곳이 있다며 종이를 접었다. 가게 문을 나간 쇠띠는 손님의 증거가 되지 않았다. 오늘은 두 장인의 시간을 맞춘 물건이었다.
점심에 조일은 반찬이 전보다 적다고 말했다. 주인이 오늘 다른 것을 내왔다고 하자 그는 자기 노트를 꺼내려다가 손을 도로 넣었다. 수현이 왜 안 적느냐고 묻자 오늘은 먹고 나서 생각하겠다고 답했다. 견습의 붓이 쉬는 것도 남의 몫을 덜 하는 일은 아니었다.
가게로 돌아오는 길에 윤초를 만났다. 그녀는 가벼운 정리를 맡은 곳에서 나와 가까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수현이 옆자리를 물었다. 윤초는 앉을 자리를 왜 그리 정중하게 묻느냐고 했다. 그는 오늘 받은 그림에 사람 자리가 없었다고 답했다.
윤초가 짧게 웃었다. 그녀는 오른손목을 옷 안에서 편한 쪽으로 돌렸다. 오늘 일이 정한 한도를 넘지는 않았으나 끝나고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현은 돌아가는 길을 함께 걸을지 묻지 않았다. 잠깐 앉아 있을 수 있는 만큼만 나란히 있었다.
그녀는 다시 표국 일을 하면 예전보다 더 꼼꼼히 보겠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무엇을 할 수 있게 될지도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대답하고 나니 너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초는 그럼 지금 하는 일을 묻겠다고 했다. 그는 받침의 그림을 읽을지 말지 답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남의 방을 여기서 고치나?”
“그림에서 고칠 말을 찾습니다.”
윤초는 그게 더 멀겠다고 했다. 수현은 실제 나무를 못 보니 오히려 가까이 쓰면 안 되는 말이 많다고 답했다. 그녀는 자기 눈앞의 물길을 보았다. 두 사람은 같은 물을 보고도 끝까지 가는 배의 사정은 알 수 없었다. 그날 안부는 거기서 끝났다.
오후의 마지막 손님은 작은 손저울을 가져왔다. 수현은 오늘 이것까지 맡아 열어 보지 않았다. 부탁한 확인이 어느 부분인지 듣고 가능한 다음 시간을 안내했다. 손님은 급하면 다른 곳에 물어도 되느냐고 했다.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 말 뒤에 가게를 잃는 기분을 손님에게 맡기지 않았다.
조일은 손님이 돌아간 뒤 오늘 접수값이 줄었다고 말했다. 수현은 맞다고 했다. 빈 시간이 곧 이익인 것처럼 말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여기서 무리해 맡으면 내일 반환과 새 그림 읽기 중 하나를 또 늦출 수 있었다. 견습은 아직 맞추지 않은 값을 장부에 더하지 않고 붓을 씻었다.
아흔엿새째 늦은 오전, 갈흔골의 기존 전달이 도착했다. 채석은 제안한 한 구간과 대가에 동의했고 현지 창구의 지급 약속을 함께 보냈다. 실제 수금은 다음 전달에서 따로 받을 일이었다. 수현은 그 차이를 읽고 오늘의 한정 설명 일을 접수했다.
그림의 다음 면에는 성인 장소 담당 단오의 설명이 있었다. 받침은 원래 세 발이었다. 작은 둥근 판을 돌려 마른 천을 고를 때 쓰는 물건이며, 지금도 낮에는 그 일을 한다고 했다. 다리 하나를 빼먹은 그림이 아니었다. 조일은 자기가 찍으려던 네 번째 점을 손끝으로 가렸다.
단오는 그 위에 함을 얹으면 오후의 천 작업을 마칠 때마다 함을 내려야 한다고 적었다. 채석은 그동안 밤의 빈 모습을 보고 계속 쓸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했다. 둘의 그림은 같은 방의 다른 시간이었다. 수현은 받침을 흔들어 보라고 쓰려던 첫 줄을 지웠다.
그 물건이 잘 서는지보다 지금 누구의 일에 서 있는지가 먼저였다. 받침을 함 자리로 쓰려면 단오가 자기 물건을 매번 비워 주어야 했다. 값이 안 드는 빈 받침이라는 말은 벌써 한 사람의 일을 빌리고 있었다. 수현은 그 사실을 상대에게 꾸짖는 말로 바꾸지 않았다.
조일은 저녁에만 놓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수현은 다음 사람에게 같은 상태를 남기려는 질문이었음을 다시 읽게 했다. 밤마다 놓고 아침마다 치우는 방식이 목적에 맞는지는 현지에서 고를 일이었다. 새 함의 자물쇠를 달면 낮의 천을 보호하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둘은 그림을 사람의 동작대로 돌려 보았다. 단오가 천을 널어 드는 방향과 채석이 함 뚜껑을 여는 방향이 달랐다. 조일은 그림 위에 자기 두 손을 대더니 자기가 종이 뒤에서 함을 열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라면 벽 속에 서 있어야 할 자리였다.
수현도 처음에는 같은 방향으로 읽었다. 그는 자기 잘못을 견습의 질문 아래에 작게 숨기지 않았다. 의뢰자에게 줄 답에는 그림의 보는 쪽을 먼저 물어야 했다는 줄이 들어갔다. 멀리 있는 사람의 방을 틀리게 읽었는데 맞는 질문만 골라 보낸 척할 수는 없었다.
정한 구간의 중간에서 손이 떨렸다. 수현은 받침 위에 오른손을 놓고 쉬었다. 조일이 남은 줄을 혼자 읽겠다고 했으나 대답을 더 만들지는 않기로 했다. 둘은 이미 약속한 질문을 찾았다. 쉬는 동안 그림은 여전히 탁자에 있었고 세 발은 숫자가 늘지 않았다.
조일은 둥근 판이면 돌려 쓰기 좋겠다고 말했다. 수현은 돌리는 물건인지 사람만 돌아가는지 설명에 없다고 했다. 견습이 눈을 깜빡였다. 그는 장부에 아는 일을 적는 것보다 일상 말의 모양을 덜 믿는 일이 어렵다고 말했다. 수현도 천을 고른다는 짧은 설명을 다시 읽었다.
답에는 지금 확인된 것과 남은 질문이 갈렸다. 세 발의 원래 받침, 낮의 천 작업, 밤에만 비는 윗판은 단오의 설명이었다. 실제 함이 그 위에서 버티는지와 문에 닿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 새 다리를 붙이는 제안은 없었다. 이 받침을 계속 후보에 둘지부터 현지에서 고를 수 있었다.
채석에게는 빈 함을 놓아 시험하라는 말을 보내지 않았다. 맡은 작업의 합의와 물건의 실제 상태도 모르면서 무거운 것을 얹게 할 수는 없었다. 단오에게는 현재 쓰임을 그려 준 몫을 감사히 받았다는 짧은 답만 붙였다. 그림을 낸 사람이 새 함을 책임진다는 뜻은 아니었다.
조일은 마지막 면에서 낯선 선 하나를 찾았다. 둥근 판 아래 길게 뻗은 것처럼 보였다. 다른 다리인지 묻자 수현은 모른다고 했다. 단오의 설명에는 발을 딛는 낮은 가로대라는 말이 있었다. 견습은 그 위에 앉아 작업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을 줄을 남겼다.
문제를 넓히기 전에 수현은 시간을 보았다. 약속한 읽기는 끝이었다. 오늘 찾아낸 질문을 보내고, 필요한 실제 현장 설명은 다음 범위에서 받을 수 있었다. 한 그림에 빈칸이 있다고 하루를 끝없이 늘리지는 않았다. 조일은 읽지 못한 곳에 표시하고 종이를 접었다.
수현은 결과와 실제 쓴 한 구간을 같은 봉투에 넣었다. 선금 없이 맡기로 한 대가는 아직 받을 돈에 남았다. 가게 비용과 견습 보조의 값은 당장 기록할 수 있었다. 받을 돈을 받았다고 쓰지 않아도 오늘 한 일은 있었다. 그는 그 크기를 대금보다 크게 부풀리지 않았다.
저녁 단오의 설명을 마지막으로 읽다가 조일이 말했다. 함을 못 놓게 되면 돈을 받은 보람이 없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된다고 했다. 수현은 자리 하나를 억지로 만들어 줘야만 값이 생기는 일로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상대가 어떻게 느낄지는 다음 답을 들어야 알았다.
그는 빈 접수칸에 새 함을 그리지 않았다. 세 발의 받침은 처음부터 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제 일을 지워 놓고 비었다고 부른 것은 종이의 밤이었다. 수현은 낮의 사람이 돌아갈 자리를 함께 남긴 뒤 봉투를 묶었다.
바로 그때 그림 안쪽에서 접힌 작은 면이 펼쳐졌다. 단오는 받침을 함 자리로 내줘도 괜찮다고 덧붙여 놓았다. 다만 자기가 천을 고를 자리는 어디로 옮기면 되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봉투를 묶던 끈을 느슨하게 풀었다. 내준다는 한마디가 사라질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